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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 1
김형선 2010-07-13 1018
 

 

악당들




"뭔가 20대에 마지막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그럼 변전소를 파괴하자!"

 

나의 평범하며 단순한 감상에 개박사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왜? 변전소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이렇다할 반론도 없이 약속된 시간에

나와 시한부, 오함마는 검은색 티셔츠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게다가 비장한 표정으로 뒷산에 모였다.  

앞으로 3개월 후면 우린 서른 살이 될 터였다.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내일 모레면 곧 서른이 될 놈들이 지역

변전소나 파괴하기 위해 모일만큼 살고 있었다.

한가했고 깊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지역 사회를 위해서나 개인의 인생에 대해서나...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고3때로

190cm의 키에 주먹이 농구공만큼 큰

오함마는 (험상궂은 얼굴에 오씨 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유치원 때부터 늘 이 별명이었음)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인기 없는 개같이(아! 강아지였음) 생긴 여선생이 폭력에 연루된 녀석들은 

모두 얼른 손을 들라고 외쳤고 나는 아무 관계도

없건만 손을 들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뭔가 고등학교의

마지막 시즌에 그럴듯한 일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달 내내 교내 매점 증축 공사에 투입되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일이 내 인생에서 가장 쓸데없는 일이었다.)

 

오함마는 그런 나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해 여름

그의 26번째 가출에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함마의 집에선 그를 찾지도 않았지만 그에반해 우리 집에서는

꽤나 충격적인 이슈였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친지들과 마을 사람들은

나의 실험적인 실종(?)으로 바쁘며 슬픈 나날들을 보내야했다.

부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오함마는 딱 한 번 나에게

후회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했었다.

 

"후회?"

 

"괜찮겠어?"

 

"내 인생에선 지금까지 후회할 일조차 없었어."

 

큰 생각 없이 말했건만 나의 말은 제법 묵직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단둘이 떠난 것만은 아니다.

시한부도 함께였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3개월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입에 붙이고 다녔다.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그는 12살 때 처음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이후 지금까지 17년째 경신해 오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놈은 주변 사람들 중 가장 오래 살 것 같은 스타일이다.

 

10대의 마지막 여름, 푸른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빨간 해를 바라보며, 그 하얀 물결에 동화돼

나와 오함마, 시한부는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나는 앞으로 좀 더 고민할만한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오함마는 20대에는 그의 악의없는 스킨십이 살인미수로

오해받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고

시한부는 내년엔 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까?

 

결론은 그 누구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언가 쓸모 있는 것을 생각했다는 녀석들이, 최소한의 진지함이 있었다면, 

이십대의 마지막에는 변전소를 폭파하러 뒷산에 모여 있진 않을 테니까...

 

AM 10;00

행동 개시였다.

 

개박사는 개자루에서 절단기를 꺼내 능숙하게 철조망에

개구멍을 만들어 냈다. 여자와 개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만

빼놓고는 재주도 많고 얼굴도 잘생기고 쓸 만한 녀석인데...

왜 이러고 사는 지 알 수 없었다.

옆에서 불을 비춰주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서도..

개박사는 시한부의 대학 동기였다. 시한부가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우린 낄낄거리며 놀렸지만 그는 놀랍게도

지방의 수의학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3개월 후 장례식 초청장이 아닌

쓸 만한 친구 녀석을 데리고 상경했던 것이다.

대학은 그만뒀단다. 예상이 됐지만 우린 도리상 왜

라고 물어봤고 그는 남은 인생을 쓸데없는 짓을

하며 보내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과에 들어간 동창생은 유학을 떠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일을 하다 금발미녀인 약혼자와 2년 전에 벌써 귀국했건만...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개박사는 개를 사랑했고 또한 잘 먹었으며

게다가 잘 훔쳤다. 개에 관해선 말 그대로 뼛속까지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제법 호방하고 유쾌한 입담을 가지고 있는 개박사의

증조부는 만주에서 개를 팔아 독립군을 도왔다는데

그깟 거...믿거나 말거나다.

 

"자! 이 변압기만 잘라내면 곧 도시는 암흑이 될 거야!

우리 스스로 5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어둠의 공포를

줄 수가 있는 거지. 어때 떨리지 않아?"

 

"맞아, 그게 20대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거지?"

 

"그럼 시립 도서관을 불태우거나 체육관 수영장의

물을 빼내는 거 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지."

 

"그럼 한국 전력 담벼락에 오줌을 싸는 것은 국위선양의 지름길이겠네."

 

"그럼."

 

그리고 오함마가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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