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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 2
김형선 2010-07-13 876

 

.

.

 

 

그리고 오함마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도시 전력차단'과 '20대의 마지막 의미 있는

일'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할 수 없어."

 

"세상은 너의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아. 먼저 행동이 필요한 거고

이해는 행동의 정당성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어차피 3개월 후에는 모든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거야?"

 

시한부가 시니컬하게 말했고 우린 그가 앞으로 560번은

더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을 해줬다.

 

"단지 난 세상에 이십대에도 살았다는 강렬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은 거야. 십년 후에는 무얼 하고 있을까?

우린 무얼까? 그때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모두들 잘 알고 있겠지만 놀랍게도 십 년 후엔 우린 마흔이야."

 

개박사의 말은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 친구들은 모두 무얼 하고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아이는?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을까란 말이다.

세상에 그렇게 엄청난 일이...(뭐가?) 

지금은 변전소 따윌 파괴하는 데 골몰하고 있지만

그때가선 다들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시한부의

말이 옳은 지도 모른다. 우린 매일매일, 죽는다.

우리에게 유년과 10대의 자신이 사라졌듯이,

그 시절의 모습과 감정과 정신과 기억을 모두 잃었듯이...

이제 다시 20대의 우리들은 죽는다. 사라진다.

잘나진 못했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낭만적인 악당의 시대는,

대항해 시대의 해적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박물관 속으로 박제돼 사라진다. 그걸 믿을 수 있니?

절절히 느껴지니? 비참히 죽은 우리의 20대...

그 청춘에 지금 우린 전기 충격을 가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입을 열었다.

 

"미안, 나...곧 외국으로 나간다."

 

모두들 말이 없고 시한부가 땅을 발끝으로 고르며 나직이 말했다.

 

"어차피, 난 12살 때 죽었다. 상관없어! 남은 삶을 치우고 있을 뿐야."

 

옳거니, 모두들 시한부 환자나 다름없었다.

결국 언제부턴가 죽어버려서 남은 시간을

치우듯이 그렇게 살아오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비참한 우리들인데...열심히 살았던 우린데,

살면서 전기 한번 끊는 게 뭐 어때서?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서로 손을 모아 스위치에 올렸다.

웃었다. 가슴 속으로 심연 밑으로 짜릿한 게 흘렀다.

우리 등에서는 서서히 날개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언젠가 내가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을 때와 같이,

좋은 친구가 생겼고 재밌는 시간을 얻었듯이...

다시 다음의 3개월, 다음의 10년, 다음의 새로운 인생이다!! 준비~

 

철컥!

쿠~~~~웅

 

세상은 모두 어둠 속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힘이 아니었다.

우리는 스위치를 내리지 않았고 파괴하지 않았고

전선을 끊지도 않았으며 아무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그럼, 이게 어찌된 일이지?!

 

"뭐지?"

 

기가막히게도 우연의 일치로 놀랍게도 그 순간 도시는 자연(?) 정전이 됐다.

허탈함 반, 죄의식을 털어낼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도 품고

터벅터벅 우린 변전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산 위에서 내려 보는 도시는 아름다웠다.

늘 보아왔던 서글프고 혼란스런 빛의 홍수가 아닌

원시의 고요한 차가운 공기가 감싸는, 하지만 비난함이 없는 인간의 마을로 돌아왔다.

벌레 우는 소리도 없이 하늘아래 어둠과 인간의 마을과

그리고 악당들만...숨 쉬고 있었다. 이것은 존재다!!

 

"야! 시한부, 양초 가지고 왔냐?"

 

변전소에서 도망쳐 나와 아침 해를 보기 좋은 능선 그 어딘가

자리를 잡고 우리는 초에 불을 켜고 맥주를 땄다.

이 세상 속 유일한 빛은 우리 곁에 있었다.

아침이든 밤이든...우리가 어디에 있든,

그 빛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이다.

빛을 밝히는 것도 어둠을 불러들이는 것도

우리 자신 외에는 처음부터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좀 괜찮지 않았냐?"

 

"스릴도 있고 묘하게 긴장도 되고?"

 

"저승 갈 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어쨌든 맥주 맛도 이렇게 좋고 말이지."

 

이십대의 죽음을 앞둔 30대의 출산을 기다리는 4명의 악당들은

잠시 삶의 허망함과 존재의 가벼움을 잊을 수 있었다.

어떤 위선자와 거짓말쟁이들이 공격해 와도

괜찮다, 괜찮아...이겨낼 수 있어! 오너라! 세상아

내가 숨통을 끊어 주겠다. 난 살아가지 사라지지 않아!

 

"우리 종종..."

 

"변전소를 파괴하러 오자! 친구들아."

 

모두 웃었고

인간의 마을에는 점점 빛이 돌아와 커다란 공장 같은

공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 그 어떤 위선적인 빛에도 여전히

우리가 밝힌 작은 촛불 네 개는 굴하지 않고

 

어둠 속에 타오르며,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라.’

그렇게 독려하고 싶은 듯 빛의 홍수에 대항해

계속 악당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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