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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창문
지은이 모희준 감상료 0 원 출판일 2012-04-15 감상횟수 1531

 

 

 

창문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 모양의 그 방은 대략 일곱 평 정도 되어 보였다. 문과 마주 보는 벽에는 손을 최대로 뻗어야만 닿을 만한 높이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박스를 내려놓고 창문 쪽으로 걸어가 위로 손을 뻗어본다. 창문은 생각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여전히 열고 닫기에는 불편했다. 창문은 오래돼서 그런지 한 번에 열리지는 않았다. 먼지 쌓인 창틀을 몇 번이고 흔들고 나서야 창문은 간신히 반쯤 열렸다.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창문을 지나간다. 유리창이 한 번 덜컥거렸고 작은 돌덩이 두어 개가 창틀로 떨어졌지만 방 안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창문 바로 밑으로 침대 하나가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자 갑자기 몸이 아래로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높낮이 조절장치가 고장난 의자에 모르고 앉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 오전에 주인이 했던 말을 되새김질했다. 전에 살던 사람이 침대를 놓고 갔는데 아직 깨끗하고 쓸 만하다면서 내게 이만 원을 더 요구한 것이었다. 앉은 채로 침대를 둘러보니 어디 하나 뜯어진 곳 없이 깨끗해 보이긴 했다. 그러나 움직일 때마다 침대 밑에서 나는 스프링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집주인의 말에 따르면 전에 살던 사람은 젊은 여자였는데 그녀가 이사 오고 삼 일 정도 후에 이 침대를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여자는 딱 육 개월만 살고 나서 이틀 전에 보증금을 입금해달라며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를 남긴 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 내가 걸터앉아 있는 이 침대는 구입한 지 육 개월 된 침대라는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 잠을 자면 육 개월 된 침대의 스프링이 육 년 된 침대처럼 변할 수 있지?

집주인은 이야기 말미에 육 개월 간 비교적 조용히 잘 살던 여자가 그렇게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된 것이 약간은 이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상할 것도 없지. 나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했다. 우선 창문과 오른쪽으로 이웃한 벽의 천장 벽지는 습기 때문에 얼룩져 있었다. 그 밑으로 작동이나 제대로 되는지 의심스러운, 한 칸짜리 작은 냉장고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싱크대가 있었다. 싱크대 위에는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바퀴벌레 한 마리가 새로 온 손님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는 듯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바퀴벌레를 보니 조금 전에 집 앞 구멍가게 앞에서 홀로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이삿짐을 들고오는 나를 쳐다보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 할머니도 나를 그리 반기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그 할머니는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구멍가게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싱크대 맞은편에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있었다. 그 문은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손잡이 위에 해바라기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그 왼쪽에는 목이 반쯤 잘린 미키마우스 스티커도 붙어 있었다. 화장실문 아래쪽이 조금 뜯겨져 있었는데, 그곳에는 볼펜으로 씌어진 낙서 흔적이 보였다. 나는 미키마우스 스티커는 조금 있다가 떼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마치 트림하듯이 침대에서 끼이익 하는 소리가 길게 들렸다. 사춘기 시절 부모 몰래 봤던 포르노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주로 엉켜 있던 침대가 이런 소리를 냈다. 머리 위로 어떤 남자가 가래침을 뱉으며 지나간다. 곰팡이 냄새보다는 담배 냄새가 좀 더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에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싱크대 위에서 나를 꼬나보던 바퀴벌레는 그것도 지겨워졌는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구멍가게 앞에 앉아 있던 그 할머니처럼 말도 없이.

나는 피우던 담배를 어떻게 끌까 고민하다가 침대에서 일어나(끼이익) 싱크대로 다가가 그 속에 던져버렸다. 바퀴벌레는 싱크대 구멍에 남아 있던 음식물 찌꺼기 틈에서 허우적대다가 담배꽁초가 날아들자 재빨리 싱크대를 벗어났다. 나는 침대로 돌아와 팔베개를 한 채 누워서(끼이익) 천장을 쳐다보았다. 온몸에 진이 다 빠져버리는 것 같았다. 이 집에서는 한 달도 못 버틸 것 같았다.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고시원으로 들어갔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나도 고시공부를 하겠노라고, 막 밭일을 마치고 등목을 하려던 아버지 옆에 서서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행여라도 아버지에게 손찌검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 옆에 서 있던 어머니의 얼굴이 습기로 얼룩진 천장에 어른거렸다. 다행히 아버지가 내게 뭘 휘두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저녁 아버지가 식사를 마치고 내려놓았던 가락 소리는 여느 때보다 더 크게 들렸다. 서울로 갈 거냐? 식사를 마치고, 아버지는 물 대신 소주를 한 입 털어 넣으며 물었다. 네. 신림동이요. 나도 안다. 신림동 고시촌. 어머니는 패물을 팔고 대출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를 차마 못한 채 그저 아버지만을 애타게 쳐다보다가 쟤 촌구석에서 농사만 짓긴 아까운 애잖아요, 라며 거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라고는, 아버지가 안주로 열무김치를 거칠게 씹던 소리뿐이었다. 두 번은 안 된다. 어림도 없지. 결국, 아버지는 이 말만을 던지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새벽 나는 안방을 향해 마루에서 큰절을 올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게 바로 이틀 전이었다. 이 집에서 살던 여자가 계좌번호만 남기고 떠나던 바로 그 날.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겠지.

 

 

 

-계속(해당 작가 작품집에서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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